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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21

괴물꽃: 9. 화분(1) "난 정상이길 포기했나 봐." 엔젤라는 창문을 배경 삼아 놓인 화분 앞에서 읊조렸다. 새초롬하게 새싹을 자랑하는 작은 풀잎을 그녀가 어루만졌다. 푸릇푸릇한 새싹을 손가락으로 꼬집었다. 그대로 손목을 돌리자 구부러진 가지가 일자로 얇게 펴진다. 엔젤라는 잎이 살짝 찢어지자 화풀이를 멈췄다. 그녀가 묵묵히 창문 밖을 본다. 가지에서 잎은 떨어진 채 삭막한 가지가 앙상했다. 연두색 눈은 제 화분과 바깥을 비교했다. 엔젤라는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눈치 없긴." 깨진 화분을 양손으로 든다. 갈라진 틈으로 흙이 흘러나왔다. 엔젤라는 화분에 박힌 단정한 얼굴을 봤다. 흙이 들어갈까 봐 눈을 꼭 감은 걸까. 엔젤라는 화분과 억지로 시선을 맞춰 보지만, 곧장 그녀도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멀쩡한.. 2024. 7. 28.
괴물꽃: 8. 가을축제 날이 차가워지고 붉은 잎이 검게 타올랐다. 헤나는 어색했던 새 옷이 계절에 따라 제 옷처럼 익숙해졌다. 파란 염료로 새롭게 탄생한 마법사의 망토는 꽃과 잘 어울렸다. 엔젤라는 제 안목에 미간을 느긋하게 폈다. 풍요로운 계절답게 가을 축제로 마을이 떠들썩하다. 모두 풍작을 기원하고 지금껏 키워온 작물을 베고 축제에 올릴 준비를 했다. 들뜬 분위기를 더욱 꾸며주려는 듯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씨앗은 앙증맞았다. 엔젤라와 헤나는 시끌시끌한 거리를 손 잡고 누볐다. 어딜 가든 부지런한 사람은 꼭 있더라. 벌써 준비를 끝낸 사람을 발견하자 대단하다며 엔젤라는 휘파람을 불었다. 그녀가 헤나의 손을 잡은 채로 천막을 가리켰다. 상인이 망가진 천막을 고치려고 끙끙거린다. 운이 없다면서 둘은 키.. 2024. 7. 28.
괴물꽃: 7. 너를 위한 옷 수도를 둘러싼 검은 숲을 앞두고 관문에서 막혔다. 커다란 관문은 웅장했고 쉽사리 지나갈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엄청난 압도감에 엔젤라는 내심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묵묵히 숲을 살핀다. 검은 숲이란 이름과 다르게 주변은 잎이 붉었다. 피를 머금은 듯한 이파리가 나중에는 까맣게 변해버린다니 자연은 놀랍다. 뒤에서 바람이 휙 불어 노란 머리카락이 뒤집어진다. 엔젤라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바람이 거칠군." 그녀에게 헤나가 오도도 다가와 머리카락을 정돈해 준다. 우연히 밑을 보다 낙엽을 발견했다. 발 근처에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굴러다닌다. 거센 바람을 버티지 못한 연약한 잎사귀는 바닥에 떨어진 모양이었다. 곧 쌀쌀해지겠단 생각이 들어 엔젤라는 소매를 살폈다. 저번에 구한 보라색 옷감은 보온이 괜찮았다... 2024. 7. 28.
괴물꽃: 6. 괴물꽃 전설 "이딴 시골에 날 가둘 순 없지." 언덕에 올라 뒤를 보니 촌스러운 마을이 보인다. 엔젤라는 팔짱을 끼더니 마을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바람이 나부끼자 머리카락이 자꾸만 눈을 찔러 눈을 가늘게 떴다. 찌푸려진 시야 끝에 마을이 보였다. 정 따위 없는 그곳에서 그녀는 지독한 학대를 겪었다. 꽃이 뒤늦게 갈등을 해소시켜 주었단들 어릴 때 받은 상처는 평생 간다. 헤나가 그녀를 위해 열심히 마을을 꽃꽃이하고 해충을 솎아냈어도 어쩔 수 없이 화분을 바꿀 때는 온다. 뭐, 어딜 가든 엔젤라는 친구가 있으니 든든하다."이리 와." 엔젤라는 히죽 웃고 헤나에게 손을 건넨다. 노란 머리카락이 눈앞에서 휘날린다. 찰랑거리고 반짝거려서 헤나는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빨리 손을 잡으라는 둥 엔젤라가 손바닥을 쫙 피니까 어릴 .. 2024.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