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21 괴물꽃: 1. 무덤에서 피어난 꽃 비석이 볼품없이 널브러진 이 공동묘지는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관리가 되지 않아 이곳저곳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고 죽은 자를 위하는 문구는 풍파로 닳아 희미해졌다. 버려진 이곳을 찾아올 사람은 없을 텐데. 하늘이 우중충하게 비를 머금은 어느 날 장정이 수레에서 시체 두 구를 내렸다. 험악한 손길에 철퍽 소리가 났다. 이어서 신부가 흙에 발을 올렸다. 삐꺽거리는 수레에서 아이가 고개를 빼꼼 내민다. 장정은 미리 파 둔 구멍에 시체를 차례차례 떨궜다. 쿵 하고 묵직한 울림이 밑으로 떨어지자 아이도 어깨가 축 처졌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침묵 가운데에서 아이가 광경을 지켜봤다. 안경 쓴 신부는 미리 적어온 추도문을 찾느라 품을 뒤적거리고 무심하게 삽은 땅에 퍽 박혔다. 흙이 삽을 붙잡자.. 2024. 7. 28. 이전 1 ···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