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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21

괴물꽃: 17. 황금빛 행복 마법이 실린 공격은 강력했다. 더욱이 엔젤라는 마력이라곤 하나도 없어서...   급하게 아주 급하게 꽃은 제 몸을 복구했다. 멀쩡해진 손으로 그녀의 상처를 덮었다. 피가 철철 났다. 상처가 벌써 갈색빛이었다. 하얀 피부에 빨간 피가 닿아서 그래. 절대 마법 때문에 살이 썩는 게 아니어야만 해!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핏물과 진물이 샜다. 꾹꾹 눌러도 소용이 없었다. 엔젤라의 터진 옆구리에서 생기가 넘쳐 나와 빨갛게 축축해진다. 헤나는 펑펑 울면서 그녀의 얼굴도 살폈다. 엔젤라는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끔찍한 통증에 허우적거렸다. 그녀가 헤나의 어깨에 얼굴을 풀썩 기댔다. 피부에 닿는 호흡이 점점 약해진다. 따뜻한 피가 빠져나가면서 체온도 같이 앗아갔다. 꽃은 차갑게 늘어지는 엔젤라를 견딜 수 없어서 도와주라.. 2024. 7. 28.
괴물꽃: 16. 늪지(2) 엔젤라는 무거운 눈꺼풀을 끔뻑거렸다. 침대에 그대로 쓰러졌던 어제와 달리 이불이 목까지 덮어진 상태였다. 그녀는 이불을 멀뚱히 보다 하품을 했다."언제 왔다 갔대..." 덜 다물어진 입에서 목소리가 노곤하게 샜다. 볼을 이불에 살짝 비볐고 게으른 손길로 이불을 매만졌다. 느릿하게 굴다 그녀는 발로 이불을 거두고,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은 채 상체를 세웠다. 아직 일어날 때가 아니라는 듯 하품이 또 나왔다. 엔젤라는 팔을 뒤로 뻗고 뱅뱅 돌렸다. 뻐근한 어깨를 달래고 목을 꺾었다. 일어날 준비를 얼추 마무리 짓자 닫혀있던 문을 봤다. 꽃이 무슨 사고를 쳤을지 호기심이 궁한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끼익. 문이 귀를 긁더라. 엔젤라는 눈이 부시지 않아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집안을 둘러보.. 2024. 7. 28.
괴물꽃: 15. 늪지(1) 엔젤라가 감기에 걸렸다. 빗속에서 꽃과 난리를 쳤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달뜬 숨이 방 안을 채워도 건강치 못한 온기가 몹시도 춥다. 헤나가 이불을 목까지 올려주니 엔젤라는 부드러운 이불 안을 사랑스럽게 파고든다. 이불 밑에서 골골거린 채 빨갛게 익은 얼굴이 베개 위로 빼꼼 나왔다."목말라..." 기침을 오죽했는지 고왔던 목소리가 다 쉬어버렸다. 헤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시무룩하게 천에서 물을 짰다. 어제까지 생생했는데 이게 뭐야."네 탓 아니야." 엔젤라가 고개를 휙 꺾자 노란 머리카락 사이로 새빨개진 귀가 보였다. 드물게 솔직한 말을 내뱉은 그녀는 이불 밑에서 슬그머니 꽃을 살폈다. 그녀가 꽃을 가꿔도 헤나는 눈을 파란 공허로 채워간다. 빗속을 누비지만 않았어도 그녀가 감기에 걸릴 일은 없었는데... 2024. 7. 28.
괴물꽃: 14. 결혼식(2) 온몸이 비에 젖어도 옷이 무거운 줄 몰랐다. 헤나는 터덜터덜 왔던 길을 돌아왔다. 하늘에서 무섭도록 비가 떨어진다. 빗줄기가 빈틈없이 촘촘해서 꽃이 봉오리를 도무지 들 수가 없다. 그대로 발을 옮겼다. 지나간 자리에 발자국이 더럽게 남았다. 미처 뿌리를 잘라내지 못했는지 기다란 무언가가 쓸려간 흔적이 남았다. 오늘따라 비가 잔뜩 내려서 흔적마다 빗물이 고였지만, 곧 흙이 물에 풀어져 경계가 느슨해졌다. 헤나가 땅만 보고 걸었더니 벌써 숙소 앞까지 왔다.    문에 이마를 댔다. 들어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대로 땅에 스며들고 싶다고 느끼던 참 끽하고 소리가 났다. 나무문이 안쪽으로 열리자 헤나는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렸다. 기우뚱하던 몸이 폭신한 곳에 닿았다.   "비 오는데 어딜 갔다 와?"   꽃이 .. 2024.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