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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1일 챌린지

좋은 하루로 가꿔야지 #오블완

by 넴 박 2024. 11. 9.

1. 그림

괴물꽃 '헤나와 엔젤라'

오늘은 하루 종일 밖에 있을 예정이라 예전에 그린 그림을 첨부했다. 창작 소설 속 주인공 괴물꽃 헤나와 외로운 소녀 엔젤라. 좋아하는 요소를 가득 담아서 쓴 글이라 애정이 남다르다. 괴물꽃을 적으면서 장편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난 내가 만든 주인공을 아끼게 됐다. 서로밖에 모르는 둘이 발자취를 남기는 이야기에요.

 

시간이 날 때마다 핸드폰, 아이패드, 컴퓨터로 조금씩 글을 이어 쓰거나 수정한 기억은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힘들었고 자신만의 싸움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이해했다. 막힌다는 감각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그 어려운 장벽을 이긴 경험은 큰 도움이 됐다. 어릴 적 그림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나는 어떻게 도움을 받고 문제점을 수습했는지. 잊어버린 추억이 되살아나서 좋더라.

 

 

2. 책: 한강 작가님 노벨상 축하드려요.

작별하지 않는다, 흰. 이렇게 두 권을 먼저 골랐고 흰은 다 읽었다. 흰을 읽고 나니 작별하지 않는다를 펴기까지 오래 걸릴 것 같다. 제가 몰입이 강해서 일까요? 무섭고 기대된다는 상반된 감정이 공존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슬프고 속이 울렁거리고 생각이 복잡했다. 버스타고 이동하면서 읽은 책이에요. 터미널에서 등에 짐 맨 채로 버스 기다리며 마지막 장을 넘긴 기억은 평생 나겠죠.

 

왜 읽으면서 몰입이 될까, 했던 의문이 조금은 풀리더군요. 관찰력이 대단한 소설이고 일상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느낌에 저절로 공감을 이끌었어요. 책이 독자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는 느낌도 받고요. 작가의 말에서 하얀과 다르게 흰에는 삶과 죽음이 섞여있다는 말에 공감했어요. 그리움이나 위로같은 아련하고 먼 곳을 보는 정서가 주가 되는데 이 묵직한 감정이 절 지치게 했어요. 절대 싫지 않았어요! 다만 감당하기 어려웠어요.

 

이건 허구일지 아니면 작가의 이야기일지 궁금증을 키우며 읽었는데요, 작가의 말을 보니 반반 섞였나 봐요. 도입부부터 좋았어요. 흰 페인트로 상처를 덮으면서 이 책이 시작됩니다. 핏자국 같은 녹물이 흰 페인트로 가려질 때 왠지 모르게 치유된다고 느꼈어요. 있었을지도 모를 죽어버린 언니를 생각하며 적은 글이라 무겁고 아련하고 슬퍼요. 작가님의 세상이 궁금해요. 귀도 쫑긋 열린 채 눈은 돋보기가 달려있나 보죠. 어떻게 그런 사소한 순간을 기억해서 감정을 이끄시나요. 별거 아닌 순간을 누군가 포착하여 길고 느긋하게 표현하니 그것 자체가 예술이 되었어요. '어둠 속에서 어떤 사물들은' 읽을 때 유독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 것들을 건넬게.

이 책에서 한 문장을 고른다면 초에 삽입된 이 구절이에요. 문장만 나열해도 아름다운데 책에서 마주하면 슬프기까지 해요.

 

좋았던 소제목

  • 날개: 모든 표현이 좋았다. 모호할 수도 있지만 이미지가 뭉실뭉실 떠올라서 좋았다.
  • : 세심한 관찰력을 봤다. 누구든 이런 기억이 하나쯤 있겠죠. 글을 읽는데 시간이 멈췄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어요.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눈을 바라본다.' 
  • 파도, 눈보라: 모든 문장이 아름다웠다.
  • 소금: 가장 마음에 드는 소제목이에요. 상처 없는 자만이 소금산을 밟을 수 있겠죠. 맨손으로 만질 때 아무렇지도 않은 흰 소금이 상처에 들어간다면 얼마나 견딜 수 없게끔 아픈지 참 모질죠...
  • 흰 돌: '침묵을 가장 작고 단단한 사물로 응축시킬 수 있다면 그런 감촉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 문장이 좋아요.
  • 모래: 사람은 계속 부서지는 존재임을 알려주는 소제목. 타인에게 가루를 뿌릴 수도, 걸어온 발걸음에 먼지를 남길 수도 있겠죠.
  • 흰나비: 삶의 자세를 알려주는 느낌을 주었어요. 
  • 3장 도입부: 문장 읽다가 울 뻔 했어요. '그러니 만일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지금 나는 이 삶을 살고 있지 않아야 한다. 지금 내가 살아 있다면 당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어둠과 빛 사이에서만, 그 파르스름한 틈에서만 우리는 가까스로 얼굴을 마주본다.' 
  • 연기: 대부분의 글에서 나는 누군가를 떠올렸지만 특히 이곳에서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서 괴로웠어요.

 

흰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첫 번째로 죽음, 그리고 그리움과 위로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가 간절히 보고 싶어서 만약이란 틀에 당신을 추억하고. 흰이란 단어가 주는 치유력에 상처를 덮기도 했어요. 오래 걸려도 찢긴 살은 언젠가 나으니까요. 읽으면서 너무 좋았어요. 나중에 또 읽을 거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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