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림
좀팽이처럼 속 좁은 생각이 많이 든다. 이건 오만이고 같잖은 착각임을 안다... 자신만의 싸움에서 지지 말자;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그 과정에 '물고기를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대화 중에 몇 번이나 책을 펴고 원하는 구절을 찾고 싶었어. 페이지를 넘기기 아까운 지점에 벌써 도달했지만 감정이 책을 불러서 끝까지 읽었다! 그 분은 종교를 많이 언급하셨고 그 종교에서 얻은 깨달음에 대해 말씀하실 때 다른 종교가 저절로 떠올랐어. 무엇이든 집착과 번뇌를 버리는 방법은 같다는 점에서 종교끼리 뿌리가 비슷할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은 종교를 향한 모독일까? 깊은 사랑을 하면 관심을 토대로 이해력이 심오해지겠지만 내 감정은 그 정도까진 아닌가 봐요.
합리화? 자기 보호? 핑계? 변명? 전부 통틀어 섞어버리면 내가 느낀 것과 조금이나마 가까워질지도. 무엇이 선에 가까운지 헷갈릴 때마다 태도가 본질이라는 말을 상기하면서 중심을 다 잡아야지.
면전에서 실례되는 소리를 듣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난 호구가 아님을 직감했다. 상대가 나를 불편하게 여긴다고 확신했다. 내가 옳게 행동하고 있어서 기뻤다! 당시에는 기분이 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마워요. 당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저한테 큰 도움이 되네요.
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년 만에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때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감상이 들더라. 알고 읽으니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크리피한 기질이 강하게 와 닿더라. 이 책은 뒤로 갈수록 빠르고 쉽게 읽히는 특징을 가졌다. 과학이란 틀에서 인생과 삶의 자세를 말해주기 시작하면서 공감을 이끌기 때문일까? 이상이 부서지는 감각을 알려주었던 책인데, 덩달아 선입견이 와장창 깨졌어.
이 책은 빠가 까가 되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준다.ㅋㅋ 우상으로 삼았던 존재에게 아빠같다고 할 때 끝장났다고 본다. 처음 읽었던 겨울에도 같은 공간을 다르게 표현하는 모습에서 이상하게 혐오가 온몸을 벌레처럼 기어 다닌다고 느꼈어.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 특히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우생학을 숭배하는 차별주의자였음에도 죄를 처벌받지 않고 천수를 곱게 누리다가 생을 마감한 줄 알았는데. 그런 그에게, 그래 그에게, 최악의 방법으로 자연의 사다리를 운운하던 그에게! 자연이 진정한 자연이 무엇인지 알려주더라! 물고기를 분류함으로써 제 인생에 밑줄을 긋던 그에게 과학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백하게 못 박았으니까. 덕분에 그가 남긴 모든 업적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결론으로 남았다.
나는 그에게 통쾌하게 반박해줄 말이 있었으면 싶었다. 현란하게, 당신이 틀렸다고 말해줄 방법이. 우리는 중요하다고, 우리는 사실 아주 중요하다고 말해줄 방법. 그러나 주먹이 올라가는 게 느껴지자마자 내 뇌가 주먹을 다시 잡아당겼다. 왜냐하면 당연히, 우리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우주의 냉엄한 진실이다. 우리는 작은 티끌들, 깜빡거리듯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우주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들이다. |
너 자신은 우주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작고 존재감도 없지만 그래도... 모든 걸 합리화하는 비정상적인 낙천성이 얼마나 주변과 자신을 망가뜨리는지, 제 정답이 옳게 되도록 얼마나 편법과 불공정한 반칙을 행했는지... 비적합이란 단어가 타인의 삶을 이토록 철저하게 파괴했는지. 모자라고 형편없고 덜떨어졌다고 낙인 찍은 그 존재가 다른 존재를 살렸다면 믿겨져? 메리와 애나를 보면서 작가는 큰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민들레 법칙!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
역시 난 이 책에서 12장 민들레가 가장 좋다. 처음 읽을 때 머리가 부서지는 줄 알았어 ㅋㅋ 다시 읽어도 좋더라 내가 민들레에서 큰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얻은 나머지 마지막 장과 에필로그가 덜 와닿지만 이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래도 막바지 참 좋았다. 내가 물고기를 포기하면,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내가 물고기를 포기할 때. 가정과 질문을 반복하면서 생각할 기회를 주는데 참 좋았어. 이번엔 자연에 이름 붙이기를 읽은 뒤 봐서 그런지 더 깊게 와닿았어. 읽어서 행복하단 책을 마주했어요. 감사합니다.
나한테 있어서 물고기는 뭘까? 아집과 선입견? 고정관념? 나도 한계를 돌파하고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3. 올해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정신 회복력이 좋지 않더라. 맷집이 단단한 만큼 깎이면 잘 채워지지 않더라. 시련을 피할 수 있다면 가능한 벗어나고 싶고, 맞는다면 아픔을 최소화 시키고 싶다.
- 내 약점이 무엇인지 알아서 잘 준비하고 대처해서 강력한 보호구를 만들어야지.
- 판단이 빠른 만큼 체념을 쉽게 하더라. 합리적인 결론과 포기를 잘 분간해서 현명한 선택을 하자
4. 시작만 하고 끝내지 않은 일이 있다면?
신곡 정리해야 되는데 염두가 안 남
'글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만남은? (1) | 2024.12.15 |
---|---|
#17 지난 1년 중 특정한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0) | 2024.12.14 |
#14 올해 새로 해본 시도가 있다면? (0) | 2024.12.11 |
#13 올해 가장 몰두했던 일은? (0) | 2024.12.10 |
#12 1년 뒤 기대하는 내 모습은? (2) | 2024.12.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