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29 괴물꽃: 2. 엔젤라 소녀가 비밀기지로 삼은 무덤은 둘이서 노는 놀이터가 됐다. 이곳 만이라면 꽃은 어디로든 몸을 빼꼼 내밀었다. 땅으로 스며들어서 땅에서 솟는 모습은 역겨웠지만 엔젤라는 괜찮은 척 허세를 떨었다. 소녀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휙 돌렸다. 헤나는 부들거리는 손을 모른 척 소녀에게 눈을 접었다. 손수 만든 무덤 앞에서 둘은 납작하게 앉았다. 마주 보고 손장난을 쳤다. 엔젤라는 꽃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봤다. 온몸에 진흙이 묻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다니 어떤 의미로는 참 대단하다. "너는 찝찝하지도 않냐?" 엔젤라가 헤나의 어깨에 묻은 흙을 털었다. 꽃 옆으로 덩달아 소녀는 엉덩이를 붙였다. 축축한 흙에서 태어났으니 머리카락은 잔뜩 더러웠다. 시간이 지나 말라버리자 머리카락이 더욱 푸석해 보였다. 깔끔.. 2024. 7. 28. 괴물꽃: 1. 무덤에서 피어난 꽃 비석이 볼품없이 널브러진 이 공동묘지는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관리가 되지 않아 이곳저곳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고 죽은 자를 위하는 문구는 풍파로 닳아 희미해졌다. 버려진 이곳을 찾아올 사람은 없을 텐데. 하늘이 우중충하게 비를 머금은 어느 날 장정이 수레에서 시체 두 구를 내렸다. 험악한 손길에 철퍽 소리가 났다. 이어서 신부가 흙에 발을 올렸다. 삐꺽거리는 수레에서 아이가 고개를 빼꼼 내민다. 장정은 미리 파 둔 구멍에 시체를 차례차례 떨궜다. 쿵 하고 묵직한 울림이 밑으로 떨어지자 아이도 어깨가 축 처졌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침묵 가운데에서 아이가 광경을 지켜봤다. 안경 쓴 신부는 미리 적어온 추도문을 찾느라 품을 뒤적거리고 무심하게 삽은 땅에 퍽 박혔다. 흙이 삽을 붙잡자.. 2024. 7. 28. 헤나앤지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7. 14. 7월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7. 4.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