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림
창작 캐릭터는 뭘 그려도 상관없다는 게 참 좋다. 광신도, 교주, 맹신을 생각하고 그린 헤나. 요새 참 조급하게 군다. 사람이 여유가 없으면 정말 볼품없어지는데 왜 이렇게 들떴을까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굴러갈지 막막하고 궁금하고 기대된다. 겁도 나지만, 차례대로 순서대로 하다 보면 결론에 가까워지겠지. 힘내자... 하도 내가 다른 생각에 빠져 있으니 평소에 안 하던 실수를 했다. 그 부분이 속상했다. 끝까지 완벽하게 해보고 싶어...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이 벌써 수능이랬다. 수능은 늘 추웠는데 이번은 따뜻했다. 기후위기가 실감났음.
2. 친구들 덕분에
예전 양산에 놀러 갔다가, 친구를 잘 두어서 늘 바라던 평산책방을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전 대통령님과 사진도 찍고 그곳에서만 판매하는 책도 기념으로 샀는데 그걸 이제야 폈다. 독서록에 가까운 책이었고 옆에 내 생각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존재했다. 안 읽어본 책이 수두룩해서 욕심이 커져 갔다. 그리고 처음에 고른 시를 읽을 때마다 이상하게 자꾸만 눈물이 났다. 요새 드는 고민을 어루만져 준다고 생각하니까 더 눈물이 났나 봐. 특히 도종환 님의 여백이 좋았다.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는 구절을 읽을 때 펑펑 울었다. 내 모자람과 부족함을 느낄 때 이 시를 봐서 운이 좋았다. 시는... 함축된 문장 안에 뭐 그리 깊은 감동이 있는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주제에 뭐 이리 핵심만 짚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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