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림
누군가의 속마음을 들을 때 나는 귀담아 들을 준비가 되었나? 진심에 진심을 돌려줘야 되는데 나는 최선을 다했을까? 잡념이 뇌를 집어삼키려 들 때 바빠서 다행이다.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졌다. 추위는 달갑지 않지만, 겨울은 좋다. 손이 꽁꽁 얼어도 하얀 세상을 보고 싶다...
2. 좁은 문
오랜만에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 잘 읽혔고 흐름이 짧은 소설이라서 금방 읽을 수 있다. 흥미로웠다. 작가는 모럴리스트(연혁을 들어보면 작가와 작품을 따로 봐야 되겠더라)이며 이 소설은 종교적 계율이 가져오는 위선과 비극을 다뤘다고 하니, 주제를 짐작하며 종이를 넘겼다. 모비딕, 신곡 등 여러 문학에서 그리스도의 말씀을 인용하는데 이번도 그렇더라. 책을 덮은 뒤 처음으로 들었던 감상은 제목을 잘 지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라. |
이 문구에서 따온 제목이었다. 주인공은 제롬이란 남자이며 알리사라는 여성에게 어릴 적부터 깊이 빠졌다. 그들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이걸 사랑을 했다고 표현해도 괜찮을까? 종교? 신념이랄지 극단적 금욕주의가 어떻게 사람을 파멸로 이끄는지 보았다. 알리사는 신실하게도 유일신의 뜻대로 삶을 구성하려고 했지만, 주인공 제롬이 그녀에게 너무나 큰 의미를 지녔다. 그녀의 취향에 발자취에 흔적에 그가 전부 묻어있었다. 그가 있어야 신을 볼 수 있고 세상을 볼 수 있었다. 둘은 서로를 사랑하니까 둘이서 행복해지고 싶은데... 행복을 포기하면서 신을 섬겨야 될까?
"그렇다면 인간의 영혼이 행복 외에 뭘 더 바란단 말이니?" 나는 성급하게 소리 질렀다. 그녀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성스러운 것을......" 그 목소리가 너무 낮았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을 들었다기보다는 그러한 말일 거라고 짐작했다. 내 모든 행복은 날개를 펴고, 날 버린 채 하늘로 향했다. "너 없이 나는 거기에 이르지 못해." 나는 그녀의 무릎에 이마를 파묻은 채 어린애처럼, 그러나 서글픔이라기보다는 사랑에 복받쳐 울음을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 "너 없인 못 해, 너 없인 못 해!" |
그가 아른거려서 그가 준 책을 다 치우고 똑같은 책만 반복해서 읽는다. 그를 잊고 싶다는 듯...
"너는 왜 네 날개를 뽑아버리려고 하는 거지?" |
그녀가 그에게 했던 말 중에 나까지 상처 받았던 대사로 마무리 짓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