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자람 #오블완
1. 그림
진통제 2개를 추가한 뒤에야 고통이 멎어서 기쁘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진 않군... 잘 준비해서 아프기 전에 다 막아버리자. 분명 하루를 알차게 보냈는데 왜 이렇게 게으르게 군다고 느껴질까? 쫓기는 것에 익숙해져서 평화를 평화롭게 즐기지 못하는 건가? 강박을 버리고 조금이라도 늘어져야겠다.
2. 자연에 이름 붙이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재밌게 봐서 그 책에 큰 영향을 줬다고 한 책이라 폈다. 다 읽고 나니 물고기 책을 먼저 읽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책은 아무런 정보 없이 읽어야 가치가 돋보인다고 생각한다. 고정관념이 깨지는 감각, 우상이 깨지는 충격은 책에서 직접 느끼면 좋겠다. 모르길 바라는 마음에서 커다란 스포는 아니지만 흰 글자로 바꿔보았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책도 정지인님이 번역함으로써 물고기 책과 일관되어서 좋았다.
이 책에서 움벨트를 알려준다. 움벨트란 무엇일까?
모두가 공유하는 생명의 비전이나 주관적으로 탐지한 세상이랄까? 다들 저마다 가진 고유의 시선으로 세상을 경험하는데 동일한 환경인들 그 환경을 어떻게 느끼느냐는 각자 다르다. 책에서 움벨트를 이용해 분류학자들이 어떻게 생물과 세상을 바라보고 나누는지 알려주었다. 이상하게도 과학이 발전할수록 움벨트가 틀렸다는 점이 발견되더라... 이건 커다란 충격일 수밖에 없다. 폐어가 물고기보다 소에 가깝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드릴 수 있을까? 가깝다고 알려주는 매체가 바로 과학이지만 우리의 감각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부정하고 싶다.
분류학자들 사이에서도 분류의 세세한 내용을 두고 자주 의견이 갈릴 정도로 주관적이고 명확하지 않는 것인데 왜 우리는 그걸 쉽게 받아드리고 따르는 걸까? 처음은 수리분류학자들이 등장해 컴퓨터로 분류학자의 직관력을 모욕하고 주관성을 금지하려 들었다. 두 번째로 분자생물학자가 DNA로 모든 생물의 질서를 몽땅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빌리 헤니히가 등장해 분류학을 뒤집었다. 특정 종이 공유하는 유사성에 기반한 진화를 표로 만들어내었다. 그것을 보면, 물고기와 폐어가 다른 종이자 되려 소에 가깝다고 분류가 되더라. 그렇게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나왔다.
엄밀히 따지면 물고기가 없다는 것이 아닌, 모든 물고기가 한 분류에 속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고기를 한 곳에 넣고 싶다면 더 큰 분류군에 넣어야 되는데 그러면 사람과 물고기가 같은 분류가 되어버린다.ㅋㅋ
참 신기하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움벨트라는 고유의 아름답고도 주관적인 시선이 사라져가니. 하지만 움벨트는 소중하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야다. 없어도 되는 기준이지 않을까 질문을 던지던 중 움벨트를 잃어버린 사람을 예시로 들면서 기준을 잃어버린 사람은 제대로 된 세상을 볼 수 없음을 알려주더라. 특히 뇌에 문제가 생겨 움벨트를 잊어버려서 샴푸, 담배 등을 씹어삼키는 이상전조를 먹을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의 구분에서 그치지 않고 생물과 무생물을 구별하는 능력의 상실이라고 표현하니까 무서웠다.
자연에 가깝게 살던 이들은 꽃과 나무를 쉽게 분간하겠죠, 오늘날 우리는 시멘트 위를 살면서 그 능력은 많이 퇴화되었음이 분명하니까. 움벨트가 고갈되어 생명의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어디선가 멸종되어가가는 생물을 알아차리기 어렵겠죠. 하지만, 움벨트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어요. 우리는 백화점에 빼곡하게 늘어진 물건을 쉽게 분간하지 않나요? 움벨트는 어디서든 인간의 모든 일상과 상호 조화되는 우리의 생존능력이다. 움벨트가 과학적으로 틀릴 순 있겠지. 하지만 린나이우스의 책들이 과학적 분류와 명명의 고전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최초의 체계이거나 유일한 체계여서가 아니라, 너무나 진실 같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다.ㅋㅋ 살아가기 위해 존재하는 그럴싸한 능력...
생명에 대한 더 깊은 과학적 지식은 생명 세계를 훼손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그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과학과 상식을 조화시켜야 된다고 작가는 끝에서 말한다. 사실 프롤로그부터 작가는 표현하고 있더라. 프롤로그에서 어느새 자연을 바라보는 법을 잊어버린 인간에게 생명의 세계를 되돌려주자고. 과학이 물고기를 앗아갔지만 움벨트가 함께하던 그 시기로 돌아가보자고...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어느새 자연을 잊어버린 자신을 인지했다. 지금부터라도 자연으로 시선을 돌려 외면했던 세상을 바라보면서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세상을 기억하고 만끽해보자. 순식간에 지나가는 찰나를 포착해서 내 세상을 넓혀보자구.
3. 행복